작년 생일 때 선물 받았던 책을 이제야 제대로 읽어본다.
나는 최근 (사실 지금도.) 머릿속에 기름때가 잔뜩 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에 집중력이 흐려지고
머릿속에는 아까 들었던 노랫소리가 맴돌았으며 옜날 안 좋았던 사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혼자 분노해 했다. 다시 정신을 집중하려고 해도 한 번 헤집어 놓은 흙탕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설령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어도 나의 뉴런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즐거웠던 생각을 던져 다시 흙먼지를 일으키고는 했다.
긍정도 습관이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도 습관이라고 했던가? 마치 평화로움을 찾아갈 때쯤 내 뇌는 그 상태를 정상적인 상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왔던 안 좋은 생각 습관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온통 잡생각과 부정적인 생각과 상황에 맞지 않는 재미있는 상상들이 떠올라 정말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 생산성을 내지 못하는 답답함과 자기의심에 괴로워하던 나에게 정말 딱! 구원과도 같은 책이었다. (근육을 단련시키듯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인지하고 노력해야겠지만.)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도 흔들리지 않는 것, 흥분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반드시 들어야 할 소리만 듣는 것. 안팎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동양에서 말하는 도道와 고대 그리스 철학과 신학에서 말하는 로고스를 활용하는 것. 불교, 스토아 철학, 에피쿠로스 철학, 행복한 삶의 비결로써 내면의 평화인 스틸니스,
즉 내면의 '고요'를 숭상하지 않은 철학의 학파나 종교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18p-
우리는 가장 시끄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스마트폰 알림, 카톡, 이메일, 유튜브, 생활 소음 등등 또, 지금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 즉, '고요'한 시간을 무서워하며 피하려고 한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으며 의미 없는 카톡 대화와 SNS 피드를 살핀다. 마치 현재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1분 1초라도 다른 어떤 것으로 정신과 시선을 빼앗기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최근 나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향을 잃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불안과 조급함이 밀려와 의미없는 웹툰보기, 유튜브 등등으로 반나절을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나한텐 과식과 폭음에 무의미한 영화보기까지 더해졌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거나 휴식을 취했다는 느낌마저 받지 못한채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는 좌절감과 불어나는 살로 인해 죄책감과 자기혐오만 남았다. 그러고는 또 다시 그 느낌과 감정을 피하고 싶어 무의미한 시간낭비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멍청해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정말 악순환의 굴레였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이 먹지만 먹는 것에 비해 영양은 결핍되어 있고 과도한 자극과 스케줄에 노출되어 있지만 여전히 외롭다. -20p-
인류의 모든 문제는 홀로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무능함에서 유래한다.- 블레즈 파스칼 -20p-
저자는 우리 안의 고요를 찾고 유지하는 것.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럼 고요란 무엇일까?
깊이 집중함으로써 일순간 번쩍이는 통찰과 영감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고요'를 알고 있는 셈이다.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 걸 불태웠다고 느껴봤다면 그것이 바로 고요다. 군중의 눈을 마주하며 그 앞에 나아가 찰나의 순간에 그간 받았던 훈련을 전부 쏟아본적이 있다면 그것도 고요다. 현명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몇 달 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문제가 순식산에 해결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그 또한 고요다. 눈 내리는 밤, 홀로 한적한 거리를 거닐다가 눈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불빛에 살아 있다는 기쁨이 일어 마음이 따뜻해진 경험이 있다면? 그 역시 고요다. 눈앞에 빈 종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를 단어들이 환벽한 산문의 형태로 쏟아져 나오는 경험을 하는 것. 고운 백사장에 서서 바다든 산이든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이 자신의 존재보다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 것 같다고 느끼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한께 보내는 조용한 저녁,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고 느끼는 만족감, 홀로 앉아 어떤 생각을 하던 중에 자신에게 사색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는 것. 이들 역시 고요다. -25p-
세상이 정말 빠르고 숨막히게 돌아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당장 이것을 하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떠들어대고, 뉴스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당신의 시간을 빼앗아가기 위한 알림들은 계속 울려댄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마음을 조급하고 시끄럽게 만드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에 모든 뉴스와 강의를 보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그것들이 머리에 들어오는가? 이미 우리의 어지러운 컴퓨터 모니터부터 우리의 정신을 쏙 빼놓을 뿐 아니라 우리는 밥을 먹을때도 스마트폰을 보고, 걸을때도 온갖 잡생각을 하며 책을 읽을때도, 대화를 할때도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
그저 지금 이러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기위로와 안도감만 느낄 뿐, 우리가 원하는 공부는 전혀 되고 있지 않는다.
딱 내가 이러했다. 밥먹을 시간, 수면시간을 줄이고 쪼개어 (영적활동은 할 시간이 없다며 스킵하고는 했다.) 이런저런 정보를 한꺼번에 쑤셔넣으려고 했었다. 그럴수록 내 뇌는 망가지고 있던 것 같다.
마루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 순간 자신에게 물어라. '이 일이 정말로 필요한가?' " -59p-
우리 삶에 대단한 변화를 만들려고 하기 이전에 우리는 반드시 먹는 습관과 소비하는 습관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에게 독을 끼치고 우리를 취하게 하는 것들의 소비를 멈추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그때 우리는 내면에 있는 최선의 것은 끄집어낼 힘을 얻게 되고 더 이상 화나 좌절감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 - 59p-
화나 좌절감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명징하게 깨어있는 머리와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 정말 인류 모두가 절실히 원하는 상태가 아닐까? 이러한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고요함과 평화를 유지하고 지켜내는 것이다.
여기저기 튀어나가는 생각을 부정하지 말고 그저 흘러가도록 비워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두하는 연습.
내면의 비판자를 내몰아내는 연습.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사색하는 연습. 우리는 왜 이런 것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삶을 택하는 걸까? 나또한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가장 소중한 행복의 열쇠. 스틸니스.
우리는 머리가 시끄럽고 삶에 지쳐 있을 때 "여행이나 가자." "바람 좀 쐬러 가자." 등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한다.
나 또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것과 꽉 막힌 창의성이 뻥하고 뚫릴 것 같은 기대감에 훌쩍 어딘가로 떠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허탈함과 쓸데없는 소비, 폭식과 과음으로 불어난 몸무게뿐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다. 자연 속에 파묻힌 곳에 '혼자' 여행을 간 날. 뜻밖의 아이디어와 내면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순간이 찾아온 적도 꽤 많았는데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고요였다. 여행은 혼자 가는 편을 더 추천한다...
거장은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고 있으며 자신만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평범한 것을 신성한 것으로 바꾼다. -253p-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유로워지길 원한다. 그러기 때문에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사람이 말하는 '자유'란 무엇일까?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것.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넷플릭스를 보며 생활하는 것?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등 마음껏 소비하며 사는 것?
물론 금전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우리는 물질적인 자유와 시간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겠지만 과연 그 둘을 얻는다 해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큰 부와 성공을 이룬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불행한 사람들이 더욱 많이 보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가 바로 이 책에서 인간이 단련해야 하는 영혼과 몸, 정신을 단련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불행해진다는 뜻도 아니다. 돈과 행복. 두 개를 가진 충만한 삶을 사는 방법을 우리는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신을 절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생활하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하며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 낭비를 줄여 중요한 일에 훌륭한 판단력도 발휘한다고 한다.
꽤 기분이 좋았던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루틴 중에 내가 실제 실행하고 있는 루틴이 2~3개 나왔다는 것 ㅎㅎ
나는 이 서평을 마무리하고, 바로 나의 망가진 루틴을 다시 세우고, 실행할 것이다.
다시 한번 우리가 가장 깨어있어야 하는 점. 하지만 정말 쉽게 잊어버리는 진리. 그것은 감사와 사랑, 그리고 '고요' 인 것 같다.
정말 너무너무너무 강추하는 책이다!! 앞으로 3번은 더 재독할 것 같은 책!
[유튜브 책리뷰▼] 스틸니스 1부
https://www.youtube.com/watch?v=mvgrRtDV8P8&t=865s
[유튜브 책리뷰▼] 스틸니스 2부
https://www.youtube.com/watch?v=BUYDLkO9L3E&t=30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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